제주 프렌치 레스토랑 : 리스투아 (L'histoire)
프랑스 정찬을 편안하고 맛있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 리스투아다.
경험한 프랑스 음식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테이블 좌석에 앉는 바람에 셰프님과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셰프를 중심으로 수셰프, 각 스테이션을 담당하는 주방 스태프분들이 따로 계시는 듯했다. 식사 메뉴가 나올 때마다 다른 셰프님들이 나와 메뉴 설명을 해주고, 음식이 나오는 속도 또한 먹는 속도와 거의 유사했다. 질서정연하게 분업화된 요리를 보고 있다 보면, 영화 더 셰프에 나올 법한 치열하고 멋진 주방의 모습 같기도 했다.
레스토랑 이름의 '리스투아'는 프랑스어로 역사, 이야기를 뜻한다고 한다. 바 자리에 앉으면 셰프님은 요리를 만드는 중에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건넨다거나 와인 취향을 묻는다거나 하는 배려를 보였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드는 요리, 셰프님이 지나오며 겪은 요리, 경험, 식당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는 바 자리에 앉아야겠다 싶었다.
바 자리는 단품 메뉴도 가능하지만, 테이블 석은 코스 메뉴로만 주문하며, 코스는 총 5가지로 구성된다.
5코스고, 메뉴 선택은 하나씩 가능.
- 대파 샐러드 or 계절 스프
- 토끼고기 쇼푸아 or 전복
- 로테이션 리조또 or 문어 파스타
-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or 스테이크
- 레몬 소르베
식전빵으로는 갓 구운 듯한 바게트와 발사믹 오일이 함께.
# 대파샐러드
전채요리로 나오는 프랑스식 대파 샐러드. 이 메뉴는 대미쳤다.
라비고트는 식초와 허브, 머스타드 등으로 만드는 소스라 하는데, 프랑스식 대파 샐러드에 라비고트 소스를 얹었다. 대파가 이렇게 맛있을 리가..대파도 요리하면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싶은 놀라움이 담긴 메뉴였다. 계란과 헤이즐넛과 함께 얹어먹으니 식감까지 살아나는 대대만족 메뉴.
# 능이감자 스프
# 토끼고기 쇼푸아
토끼고기 쇼푸아는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는데, 우리나라의 편육 같은 음식이다. 쇼는 뜨겁다를 뜻하고 푸아는 차갑다를 의미해 육류를 먼저 국물에 푹 익힌 후 육수를 졸여 젤라틴과 함께 굳힌 메뉸데 차가운 젤라틴과 부드러운 토끼고기의 식감이 좋다.
# 구운 전복, 샐러리악 무침
# 로테이션 리조또
로테이션 리조또는, 잡곡의 식감을 살린 메뉴. 율무와 수수 등을 사용해 바질과 콩잎을 소스에 넣었는데 고소한 식감이 무척 좋았다.
# 문어 라구 파스타
# 오리 가슴살, 당근+감자 퓨레
# 오리 다리 콩피
#와인
와인은 추천을 부탁드렸는데, 리슬링치고는 당도가 떨어져 만족스럽진 않았다. 와인 리스트가 워낙 많아 선택의 문제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산미와 당도 높은 와인을 시도해보고 싶은 아쉬움.
# 레몬 소르베
레몬즙을 차갑게 얼린 소르베. 코스 중간에 나오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여기는 마지막 순서에 제공된다. 원래는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 맛을 없애주어, 생선 요리와 고기 요리 사이쯤에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 알고는 있지만, 디저트는 식사 후에 먹는 게 익숙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순서도 딱 맞았다. 배불리 먹고 소르베로 마무리.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난 최고의 프랑스 음식점. 음식만큼 친절한 서비스도 좋았다. 다음 제주를 방문한다면, 바 자리에 앉아 셰프님께 와인 추천도 받고 메뉴에 대한 궁금한 점들도 여쭙고 싶다. 바 자리를 택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
리스투아 메뉴